공시, 전문직 시험 합격의 비결 - 절실하지 마세요, 절실함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제가 수험생활을 할 때, 많은 공무원 강사님들이나 혹은 합격수기에서 합격에 절실하라는 얘기를 하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저는 사실 그 말에 전혀 하나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저는 평범한 사람이라면 절실하면 절실할 수록 단기합격에서는 멀어지고 장수생에 가까워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절실함팔이하는 수험판의 선생님들이 참 미웠고, 절실함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결국 저는 짧은 수험기간만에 합격하고, 제 생각이 옳다는 것을 증명했죠.
절실함으로 합격하는 사람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특출난 사람 뿐이고, 애초에 그런 사람들은 절실하지 않아도 합격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주변에서 시험 합격의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어봤을 때, 그냥 절실하지 않고 안되면 딴거하지 뭐 라는 마음가짐이 가장 컷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오늘은 공무원, 전문직, 수능 등의 시험 합격과 절실함에 대한 저의 생각을 포스팅 해보고자 합니다.
1. 절실하지 않은 늦깎이 수험생이었던 나
세무사 시험이 만약 절실함만으로 합불을 가른다면, 저는 평생을 가도 시험에 합격하지 못했을 수험생이었습니다. 절실함만으로 따지면 저는 모든 수험생 중에 최하위권 학생이었습니다.
저는 늘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에게는 5년이라는 직장생활 경력(물경력이긴 하지만)이 있고, 얼마든지 재취업할 수 있다. 이 시험 불합격하면? 그냥 딴거하면 된다. 세상에 할 일은 겁나게 많다.
그리고 실제로 동차시험이 끝나고 난 후에는 구체적으로 플랜B도 세웠습니다. 이 시험에 무조건 합격해야한다라는 절실함을 버리니 마음이 한결 편해져서 이 시험이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고, 조급함이 사라지게 되어 공부에 더 집중이 잘 되었습니다. 그리고 결과도 유예 합격으로 좋았습니다.
2. 절실함이 아무것도 아닌 이유 1 - 당신의 절실함은 거짓이다
저는 대다수의 수험생이 가지고 있는 절실함이라는 것은 거짓이라고 생각합니다. 절실함이라는 것은 구체적인 경험에서 기반하여야 진실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공무원 시험 합격이라는 것은 공무원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 얼마나 구체적으로 다른 사기업과 비교해서 안정적인지, 연금은 진짜 얼마나 나오는지를 경험해봐서 진짜 좋구나 라는 것을 느껴야지만 절실해집니다.
단순히 인터넷에서 본 글, 뉴스만으로는 대략적으로 이럴 것 같다 라는 느낌으로는 거짓된 절실함 밖에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인터넷의 글, 뉴스에서 본 것과 실제로 경험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얘기입니다. 케이크를 보는 것과 실제로 만드는 것은 완전히 다른 얘기인 것 처럼 말입니다.
수험생활 얘기는 아니지만, 4.5년간의 직장생활을 하면서 입사할 때는 피상적으로 대기업이라는 것이 좋아 입사했다가 막상 직접 직장생활을 경험해보니 그 누구보다 빠르게 실망하고, 적응하지 못해서 1년 안에 회사를 그만두는 신입사원들을 숱하게 많이 봐왔습니다. 우리가 절실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 직접 경험해보기 전까지는 거짓일 가능성이 큽니다.
3. 절실함이 아무것도 아닌 이유 2 - 공부는 절실함만으로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없다
새해에 운동을 하기로 다짐하고 열정에 불타올라서 헬스장을 1년 치 등록했지만, 한달도 채 되지 않아서 열정은 식어버리고 흐지부지 되는 경험이 많으실 겁니다. 사실 운동과 공부는 메커니즘이 거의 비슷하고, 공부가 성과가 나오기까지 훨씬 더 고통스러운 과정을 오래 견뎌내야 하기 때문에 중도포기하거나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공시, 전문직 시험은 짧으면 1년, 평균적으로는 3년정도 걸리는 장기레이스입니다. 또한 그냥 3년을 버티기만 하면 합격하는 것이 아니라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운 기간을 버텨내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상에 앉아서 공부에 몰입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장기적인 고통스러운 시간을 그냥 나는 공무원, 전문직이 되고싶다 라는 절실함, 열정만으로 버텨낸다? 말이 안됩니다. 하루하루 지날 수록 처음에 가졌던 절실함은 색을 바래고, 열정은 빠르게 식어갑니다. 결국 다시 처음 모습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최악의 사태는 너무 절실하고 열정이 넘치는 나머지 오버페이스로 공부하게 되고, 그 다음날에 바로 체력이 방전되서 아예 번아웃이 와버리는 상황입니다. 이 시험은 일주일에 같은 40시간을 공부하더라도 10시간씩 4일 공부하는 사람보다 8시간씩 꾸준하게 5일 공부한 사람이 훨씬 더 합격할 확률이 높습니다.
여담으로 저는 세무사 시험정도는 하루에 8시간씩 공부해서 일주일에 50시간정도 공부하면 충분히 합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2년 3개월동안 공부하면서 하루에 10시간 넘게 공부한 적이 1~2번밖에 되지 않습니다. 장기레이스를 절실함만으로 완주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절실함은 정말 아무것도 아닙니다.
4. 절실함이 아무것도 아닌 이유 3 - 절실함은 측정할 수 없다
설령 절실함이 시험합격에 중요한 요소라고 할지라도 문제점이 있습니다. 절실함은 측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경영학의 아버지인 피터 드러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할 수 없다"
무엇이 절실한 것이고, 무엇이 절실하지 않은 것인가요? 절실해보이는 두사람이 있는데 둘 중에 누가 몇%만큼 더 절실한 상태인가요? 당신은 지금 절실함이 부족한 상태여서 여기서 20%만큼 더 절실해야 합니다. 그럼 더 절실할 수 있는 개선 방안은 무엇인데요? 장수생들은 절실하지 않아서 장수생인가요? 제가 봤을 때는 시험에 누구보다 절실해서 공황장애까지 오는 사람들인데요?
절실함이 그렇게 중요하면 학원 강사분들이 절실함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했을텐데 아직도 나오지 않은 것을 보면 어쩌면 절실함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4. 절실함이 수험생활에 독인 이유 - 절실함은 조급함은 낳는다
저는 절실하면 절실할 수록 사람이 조급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이 조급함은 사람을 근시안적으로 만들고, 당장에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불안해지게 합니다. 그래서 절실함은 수험생활의 독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절실한 사람일 수록 실제 시험을 볼 때 부담감은 클 수밖에 없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제발 절실하지 말고, 플랜B를 세우세요. 이 세상에는 이 시험말고도 할게 엄청나게 많습니다. 그리고 절실한 사람일 수록 합격만이 목표이기 때문에 합격한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습니다. 인생이란 합격한 이후의 삶이 내가 원하던 삶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근데 절실한 사람일 수록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합니다.
저는 절실하게 공부하는 사람을 일종의 스스로 목을 졸라가면서 공부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매 순간순간을 절실하면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며 3년정도의 기간을 버텨낼 수는 없습니다. 그런 사람일 수록 불안한 마음에 책상에 몸만 앉아있고 머리 속으로는 딴 생각하면서 의미없이 불안해할 가능성이 큽니다.
저는 스스로 시험에 떨어질 것 같은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면, 직장생활을 떠올렸습니다.
직장생활도 나쁘지 않았잖아? 시험 떨어지면 뭐 그냥 직장생활 하면 되지
라고 생각하면서 불안감을 떨쳐내고 다시 공부에 집중하였습니다.
수험생활만이 아닙니다. 사람이 왜 주식투자에 실패하고, 결혼에 실패하고, 직장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지 곰곰히 생각해보세요. 매 순간순간 스스로를 목조르는 절실함은 인생의 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공시, 전문직 시험을 준비할 때 절대로 절실해서는 안된다고 강력하게 주장합니다.
5.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뎌내게 해주는 것은 절실함(열정)이 아니라 습관
공부는 고통스럽고 힘든 것입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절실함만으로는 이 고통을 장기간 견딜 수 없습니다. 그럼 우리에게 고통스러운 일들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해나아가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다름아니라 '습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저는 전문직에 진입할지 말지를 고민할 때, 본인에게 운동하는 습관이 있는지 체크해보라고 조언한 적이 있습니다. 고통스럽고 하기 싫은 일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해나아가는 습관이 있는지 체크하기에는 운동만큼 좋은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https://sacramony.tistory.com/92
내가 전문직이 될 상인가? 전문직 시험 진입할지 여부 이렇게 판단하세요!(세무사, 노무사, 감평
내가 전문직이 될 상인가? 전문직 시험 진입할지 여부 이렇게 판단하세요!(세무사, 노무사, 감평사)안녕하세요? 2023년 세무사 2차 시험에 합격하고 돌아왔습니다. 바야흐로 지금의 대한민국은 전
sacramony.tistory.com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운 공부를 매 순간 스스로 목 졸라가면서 이겨낼 수는 없습니다. 길어야 일주일? 이면 절실함과 열정은 사그라들고 다시 과거로 돌아갈 뿐입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공부했던 과거의 내가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공부할 수 있는 것 입니다. 저는 공부하기 너무 싫을 때는 이렇게 생각하곤 했습니다.
그래도 나는 공부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어제도 열심히 공부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저께도, 3일 전에도 공부했으니까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이렇게 공부가 하기 싫으면 이렇게 중요한 시험에 떨어지고 말거야 라면서 절실함에 호소하면서 스스로 목 조르는 행위는 절대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 생각해도 그렇게 절박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무사 시험에 짧은 기간에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제가 생각하는 수험생활과 절실함의 관계에 대해서 포스팅해보았습니다.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절실함은 시험 합격에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애초에 인생을 왜 절실하게 살아야 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저는 공부 동기부여 유튜브 영상에서 부르짖는 '절실함'이란 가스라이팅이라고 생각합니다. 동기부여하기에 절실함만큼 멋지고 가슴이 뜨거워지는 얘기가 없죠. "저는 너무 공무원이 되고 싶은 절실함 덕분에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서 합격했습니다." 따위의 말을 듣고 싶어하지, "그냥 매일 열심히 똑같은 시간만큼 습관처럼 공부하니까 합격하던데요?" 라는 말은 조금 멋없지 않나요? 진실은 후자쪽인데 말입니다.
공무원, 전문직에 합격하기 위해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참아내며 책상에 앉아있는 분들이 부디 '절실함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났으면 좋겠습니다.
'공부, 세무사 시험 관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무사 시험에 합격하고 나서 느끼는 것들 (2) | 2023.12.16 |
---|---|
세무사 유예 합격 수기 : 세무사 2차 세법학을 공부하는 방법 2편, 세법학 고득점 꿀팁, 부분암기vs통암기, 암기를 하는 방법 (4) | 2023.12.02 |
세무사 유예 합격 수기 : 세무사 2차 세법학을 공부하는 방법 1편, 세법학의 목표와 암기를 하는 방법 (0) | 2023.1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