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 시험에 합격하고 나서 느끼는 것들
안녕하세요, 저는 총 2년 3개월의 수험생활을 보내고 세무사 시험에 합격하였습니다. 합격하기 전에는 국내 중견기업에서 4년 넘게 일을 했었고, 30살이 넘어서 공부를 다시 시작했으니 늦깎이 수험생이죠. 오늘은 세무사 시험에 합격하고 난 후에 변화된 것들, 그리고 느낀 점들에 대해서 포스팅 해보고자 합니다. 공무원이든 전문직이든 수험생활을 하고 계신 분들에게 심적으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1. 끔찍한 두통이 사라졌다
수험생 시절에는 저는 끔찍한 두통을 달고 살았습니다. 공부라는 행위 자체가 뇌를 몽둥이 찜질하는 행위이고, 책상에 앉아서 장시간 공부하는 것은 목, 어깨에 무리가 많이 가는 행위입니다. 그 때문에 저는 스트레스 긴장성 두통을 달고 살았습니다. 증상은 목 뒤부터 머리, 그리고 눈까지 엄청나게 아프고, 목뒤에서는 핏덩이가 혈관을 막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고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은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한달에 한번은 이러한 고통에 시달려야했고, 주로 밤에 통증이 극심해져서 너무 아파서 잠도 못자고 데굴데굴 구르고 울면서 욕을 내뱉으며 밤을 지새운 적도 많았네요. 이 통증은 전조증상이 있어서 그 전조증상이 느껴질 때면 그 날은 밤이 오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그 때는 내가 죽을 병에 걸렸나?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술을 먹으면 두통이 더 심해져서 수험기간에는 아예 술을 끊었던 생각도 납니다. 참고로 저는 술을 매우 좋아했습니다.
특히 유예 2차시험 2주전에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또 두통이 찾아왔지만 그래도 공부는 해야되니까 병원에 가서 주사도 맞고 물리치료까지 받으니 조금 낫는 느낌이 들어서 다시 공부했던 기억도 새록합니다.
그리고 2차 시험이 딱 끝나고 난 이후로부터 수습세무사로 일하고 있는 지금까지 한번도 그 정도의 극심한 두통은 한번도 못 느꼈습니다. 두통에 고통 받던 그 당시에는 어렴풋이 그냥 공부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정도로 추측만 하고 있었는데, 합격하고 나니 확실해졌습니다. 공부가 두통의 원인이다.
물론 돌이켜보면 밤에 잘을 못 이룰 정도의 두통을 겪을정도로 열심히 공부했기에 합격한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요즘은 그런 두통이 싹 사라져서 너무 상쾌합니다.
2. 아침에 일어나기가 쉬워졌다.
저는 요즘 매일 아침 5시 45분~6시정도에 기상을 합니다. 출근은 9시까지이지만, 일찍 일어나서 아침먹고 독서도 하고, 외국어 공부도 하고, 체육관에 가서 운동도 하고 출근을 합니다. 전직장에 다닐 때도 일찍 일어나긴 했지만, 8시까지 출근을 해야하고, 통근시간이 길어서 새벽에 아무것도 못하고 가다가 그냥 사고나서 죽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살았던 것과는 비교가 많이 되는 삶이죠. 이러한 갓생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세무사 시험에 합격했다는 것 자체가 꾸준한 사람이라는 것의 방증이기 때문에 잘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한편 저도 다른 수험생들처럼 아침 9시에 독서실 오픈할 때 가서 공부하고 11시에 딱 집에 오는 멋진 수험생으로 공부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수험생 시절에는 아침에 늘 늦게 일어나는 편이었습니다. 늦게 일어나고 늦게까지 공부하는 스타일이었으니까요. 보통 11시 쯤 느즈막히 일어나서, 머리도 안감고(머리 감으려고 하면 밍기적되서 전날 감고 잤습니다) 바로 독서실에 가서 공부를 하고 그날 밤 12시 30분까지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는 유튜브 같은거 보면서 누워있다가 3시는 되야 잠들었던 것 같습니다. 시험 전날에도 이렇게 늦게 잤습니다. 사실 이러한 공부 패턴 때문에 끝까지 저는 시험에 합격하지 못할 줄 알았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공부라는 것은 제대로 했다는 가정 하에 뇌를 몽둥이찜질하는 행위입니다. 아무리 본인이 스트레스를 안받으려고 해도 공부라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이고, 하루에 8시간, 10시간 씩 뇌를 몽둥이 찜질 해대다 보면 뇌가 지치게 됩니다. 따라서 수면을 통해서 뇌를 충분히 휴식을 취해주어야만 다시 뇌가 회복해서 몽둥이 찜질을 견딜 수 있게 됩니다.
저는 아무리 적게자도 6시간 이하로 수면을 취하게 되면 공부효율이 급감하게 되고, 책상에 앉으면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최소한 6시간 이상은 자려고 항상 노력했었고, 수면이 부족한 날은 그냥 오전시간을 다 날리더라도 그냥 잠을 더 자고 가서 공부했습니다. 근데 또 제가 안좋은 습관이 수면환경에 민감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잠을 잘 못잤습니다. 그런 날은 그냥 뜬 눈으로 밤을 새고 공부는 집중 안되니까 공부도 못하고 스트레스 받아서 잠은 또 안오고.... 그렇게 그냥 날린 날도 많았습니다....
이런 제가 세무사 시험에 합격한 이후로는 6시면은 일어나서 공부, 운동, 독서 등을 하니 엄청난 변화죠. 원래 오랫동안 직장 생활을 하면서 일찍 일어나던 경험이 많으니 크게 무리가 된다고 느끼지는 않지만,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쉬워졌다는 것이 두번째 변화입니다.
3. 청소를 함
저의 MBTI는 ISFP 입니다. 이게 MBTI와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청소를 싫어해서 잘 하지 않습니다(사실 잘 씻지도 않아서 운동하는 이유도 체육관 가서 땀흘리고 씻을라고....)
저의 청소를 하지 않는 습관은 수험 공부를 할 때는 더 심해져서, 방청소를 거의 1년에 한 두번밖에 안한 것 같습니다. 1차 시험 끝나고, 동차시험 끝나고.... 설거지는 뭐 한달에 한번 할까말까.... 쓰레기도 봉투에 안담고 그냥 쌓아뒀다가 더 쌓을 수 없을 정도가 되면 그때서야 버리고.... 네... 지저분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사실이니까요, 누군가에게는 청소가 스트레스 해소가 될 수 있지만, 저에게는 청소가 또 스트레스 요소였습니다. 평일에는 8시간씩 공부하고 오고, 주말에는 학원가서 GS보고 오면, 그냥 녹초가 되버려서 손하나 꿈쩍하기 싫어서 집에서 누워만 있었습니다. 당연히 집안은 개판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요즘에는 꽤나 청소를 하는 편입니다. 지금도 그리 깨끗한 편은 아니지만, 아침에 제가 공부하는 공간, 책읽는 책상은 최대한 쓰레기가 안쌓이게 바로바로 치우고, 쓰레기 봉투도 매주 비우고, 설거지도 매일매일 하려고 노력합니다(근데 지금 슬쩍 책상을 봤는데 상당히 너저분하네요). 수험 공부하던 책들도 쌓여있는게 보기 싫어서 그냥 한번에 공짜로 공부하겠다는 사람에게 무료 당근해버렸습니다.
아마도 수험생일 때는 청소까지 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합격하고 나서야 다른 곳에 신경 쓸 여유가 생겨 청소를 조금씩 하고 있습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저에게는 아주 큰 심리적, 실체적 변화입니다.
4. 인생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신뢰와 확신이 생기다
저의 공부법은 어찌보면 공부에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 전체에 적용하는 방법론 같은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조급해하지 않기, 메타인지로 나 자신과 상황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기,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기, 도피가 아니라 도전하기 등등 말이죠. 살아가면서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성립되었고, 수험생 시절에도 어렴풋하게 이게 맞는 길이라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주변에서 저보다 앞서나가는 또래들을 보면 의심이 들 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시험에 빠르게 합격을 하다보니 제가 인생을 살아가는 자세, 태도가 옳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또래에 비해서 여러가지 경험을 많이 해본 편이었습니다. 취업도 일찍하고, 한 직장에 오래 다니고, 승진도 해보고, 도전을 하기 위해서 회사도 그만둬보고, 도전에 성공하고, 이직도 해봤습니다. 자연스럽게 주변에 저와 같은 길을 걸으려는 친구들이 저에게 와서 저의 생각을 물어봤고, 저도 솔직하게 얘기해주곤 했습니다. 지금도 그 때와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달라진 것이 없지만, 저에게는 국가 공인 전문 자격증이 생겼고, 저의 말에 조금 더 신뢰가 생긴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 또한 좀 더 확신있게 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제가 세무사 시험을 합격한 이전과 이후에 무엇이 변했는지 포스팅 해보았습니다. 위 보다 더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것은 위의 네가지였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공무원이든 전문직이든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 수험 공부를 하시는 분들에게 조금 더 동기부여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포스팅을 남겨보았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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