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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일기, 직장생활 관련

나의 퇴사일기 1 : 나는 조직지향적 인간인가?

 

 "저, 회사 그만두려고요"

 아직 차가운 바람이 가시지 않았던 어느 3월, 나는 팀장님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뭐? 왜? 뭐가 힘들어서 내가 다 해결해줄게, 나랑 팀원들 생각해서 한 번만 더 생각해보면 안 될까?"

 

 팀장은 서울 본사에서 큰 뜻을 가지고 공장에 내려온 청년의 퇴사 통보에 적잖이 놀랐고, 현재 적응이 되지 않아 오는 어려움에서 유발된 잠깐의 투정이라고 생각했나 보다.

 

 사실 나는 내가 주관적으로 봐도 일을 못하고 게으른 멍부형 인간이다. 특히나 바뀐 환경에서 오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내가 저지른 실수들 때문에라도 회사에서는 옳다구나 하고 내좇을 줄 알았지만, 팀장님께서 붙잡아 주셔서 감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미 확고한 마음을 먹은 상태였기 때문에 나의 퇴사는 확정이 되었다. 

나는 내가봐도 멍청한데 게으르기까지한 인간이었다

 4년 반을 다닌 직장을 퇴사 결심한 이유는 그 기간 동안 내가 '조직 지향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군대도 다녀왔기 때문에 어렴풋이 나는 내가 조직 지향적이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아무리 후임들이 실수를 해도 화나지 않았고, 뭔가 잘해보려는 동기부여가 전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나의 모습이 너무 나약해 보이고 남자답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바꿔보려 부단히 노력했었다. 화나는 척도 해보고 취업을 해서 월급 받으며 일하면 성격이 바뀔까 하여 회사에 들어가서 회사 성과 달성에 몰입해보려고도 했지만, 도무지 바뀌지가 않았다. 

 

 4년 이상을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 내 모습을 보면서 이제는 내가 이렇게 노력해서 성격이 바뀐다 해도 행복하지 않을 것만 같아서 온전한 나를 받아들이고 퇴사하기로 결심하였다. 오늘은 그렇다면 조직 지향적인 사람은 어떤 사람이고, 나는 어떤 부분에서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는지 정리해보고자 한다.

 

1. 내가 본 조직지향적인 사람의 특징

 

 ① 자신이 속한 집단을 좋아하거나 싫어한다

- 자신이 속한 집단을 싫어하는데 왜 조직 지향적이냐 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나 같은 사람은 그냥 관심이 없다. 회사의 사내 연애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관심 없고, 누가 진급하는지도 관심 없다. 나 또한 그랬다. 그래서 나는 경영관리팀에 있었는데 조직 인사이동에 대해 나는 관심이 없어서 하나도 모르는데 자꾸 물어봐서 당황했던 기억이 많다.

 

 ② 회사 성과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감정 소모를 한다

- 나는 회사 생활을 하면서 회사 성과 달성을 위해 동기부여가 전혀 되지 않았다. 나는 회사일을 마치 내 일처럼 열정적으로 임하고 워커홀릭인 사람을 굉장히 남자답다고 생각하여 동경하고 그렇게 되고 싶었다. 하지만 4년을 넘도록 노력해도 성격적으로 변하지 않는 내 자신에 많은 자괴감을 느꼈다. 왜 나는 회사에서 실수하는 직원들을 봐도 화가 안 날까? 왜 회사일을 이렇게 열정적으로 임하고 문제가 있으면 개선하려고 하지 않지?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고, 실제로 회사에서도 나를 변하게 하려고 많은 압박을 주었다. 하지만 전혀 변하지 않는 내 모습을 보면서 이제는 내 모습 그대로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맞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어 퇴사를 결심하였다.

 

 ③ 조직 내에서 승진을 하면 기뻐한다

-  드라마 미생의 이 대사가 기억난다.

"직장인한테 월급하고 승진 빼면 뭐가 남겠냐?"

 나 같은 사람은 진급, 승진, 연봉 상승, 삭감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실제로 나는 사원 → 대리 승진하였을 때, 전혀 기쁘지도 자랑스럽지도 않았다. 그냥 아무 감정도 들지 않았다. 부모님이나 친구들 아무한테도 얘기 안 했다. 가족들도 진급한 지 6개월이 지나서야 내 명함에 '대리'가 적혀있는 것을 보고 진급한 걸 알정도 였으니 말이다. 

 

 이외에도 할 말은 많지만, 내가 이 회사에 대해 어떠한 감정도 없고, 성과 달성에 대한 열정도 없고, 연봉, 승진도 나에게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면 나는 최소한 '조직 지향적'인 사람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어 퇴사를 결정하였다.

 

 

 2. 나의 직장

 최근 들어 사회가 다양성을 포용할 정도로 성숙해지면서 나 같은 사람을 포용할 여유가 있는 회사들도 많이 생긴 듯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몸 담았던 회사의 경우, 연봉 성과급제 남자 직원들에게는 끊임없이 조직 지향적 사고를 주입하고 강요하는 편이었다. 너 같은 놈은 직제 전환시켜버린다는 협박까지 들었으니 말이다... 나는 저성과에서 오는 스트레스보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인재로 변하지 못하는 나 스스로에게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매년 성과평가를 하는 2~3월이면 극심한 스트레스에 퇴사 생각을 하였으니 말이다. 

 

 퇴사 날짜가 결정되던 날 팀장님은 나를 불러 조용히 이야기하였다.

 "이제 대표님한테 보고할 건데, 정말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솔직히 후회할 것 같았다. 힘든 회사 생활이긴 했지만, 너무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최소한 인간관계에서는 전혀 문제없이 즐거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지만, 새로운 도전을 위하여 퇴사를 확정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