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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책, 영화 등 감상기

서평 : 이누가미 일족(犬神家の一族)과 팔묘촌(八つ墓村), 스포없음

서평 : 이누가미 일족(犬神家の一族)과 팔묘촌(八つ墓村), 스포 없음

퇴사 후 열심히 책을 읽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늘 읽어야지 하다가 미루기만 했던 '이누가미 일족'과 '팔묘촌'이라는 걸출한 일본 추리 소설을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단숨에 읽어버렸습니다. 오늘은 간단하게 두 책을 읽은 서평을 남겨보려고 합니다.

 

1. 책의 간단한 소개 및 줄거리

 '이누가미 일족'과 '팔묘촌'은 일본의 추리 소설 거장 요코미조 세이시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고, 영상화가 가장 많이 된 작품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작품 모두 비주얼적으로 기괴한 임팩트가 있는 등장인물이 나와 그런 것 아닌가 싶습니다.

이누가미 일족의 스케키요
팔묘촌의 학살자 다지미 요조(위)

 어쨌든 두 작품 모두 책으로도, 영상화된 작품들 모두 상업적으로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특히, 요코미조 세이시의 소설에 매번 주인공 격으로 등장하는 탐정인 '긴다이치 코스케'는 만화 '소년탐정 김전일'의 주인공 김전일의 할아버지로 한국에서는 더욱 유명합니다. 이누가미 일족과 팔묘촌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스포 없음, 나무 위키 펌)

이누가미 일족 줄거리
나스 시의 재벌 이누가미 사헤는 젊은 시절의 은인 노노미야 다이니를 잊지 못하고, 다이니의 손녀인 다마요가 사헤의 세 손자 중에서 한 명을 선택해 결혼하면 그 부부가 모든 유산을 얻게 된다는 유언장을 남긴다.

전쟁에서 얼굴을 다쳐 하얀 가면을 쓰고 돌아오는 바람에 누구도 그의 정체를 확신할 수 없는 첫째 손자, 이누가미 스케키요. 오만불손하고 의뭉스러운 둘째 손자, 이누가미 스케타케. 다마요에 대한 병적인 집착을 보이는 막내 손자, 이누가미 스케토모.
유언장이 공표된 날 이후 불길한 분위기 속에서 세 손자는 이누가미 가문의 부를 상징하는 도끼(요키), 거문고(고토), 국화(기쿠)의 모양으로 차례차례 살해된다.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는 이누가미 가문에서 일어난 연쇄 살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나서는데...
팔묘촌 줄거리
전국 시대(1566년) 
아마고 가신 일족 8명의 패주 무사가 훗날을 기약하기 위한 황금을 들고 한 마을로 몸을 숨겼다. 황금에 눈이 먼 마을 사람들은 무사들을 몰살했고 무사들의 수장은 숨이 다할 때까지 그들을 저주했다. 그 후 그 마을은 팔묘촌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세월이 지난 다이쇼 12년(1923년). 팔묘촌의 세가 다지미 가의 주인 요조가 마을 주민 32명을 참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요조는 산으로 몸을 숨겨 발견되지 않았다. 그로부터 26년 후(1949년), 요조의 후사로 밝혀진 '나'는 다지미 가를 잇기 위해 팔묘촌으로 향한다. 끈끈하고 미지근한 저주와 미신에 둘러싸인 팔묘촌, 이윽고 연쇄살인이 일어나는데….

 2. 읽게 된 계기

저는 원래 기괴한 것을 매우 좋아합니다. 예를 들어 존 카펜터 감독의 '괴물(1982)' 같은... 저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유튜브 세상을 탐험하는 도중 1977년 작의 일본 영화 '팔묘촌'을 소개하는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 영화에 등장하는 학살범 '요조'의 비주얼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피규어도 있는 걸 보면 꽤 인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기괴하고, 공포스러울 수가 있나 싶었고, 이 영화의 원작에 관심을 가지고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1980년대 일본 영화들이 정말 그로테스크하다 라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3. 감상평 및 난이도

 (1) 추리의 쾌감보다 강한 공포와 기괴함

이누가미 일족이나 팔묘촌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추리 소설에서 주는 쾌감(퍼즐을 맞췄을 때의 쾌감) 보다 더 강한 공포나 기괴함이었습니다. 두 책 모두 읽어보면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가 뛰어난 두뇌로 추리하는 것이 중점적으로 그려진다기보다는 사건의 배경, 기괴한 수법 등을 묘사하는데 더 큰 비중을 둡니다. 이누가미 일족에서는 목 없는 시신이나 얼음 호수에 거꾸로 처박혀있는 시체가 그렇습니다. 그리고 긴다이치 코스케 중심이 아닌 주인공 '타츠야'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팔묘촌에서는 마을의 비밀, 집단 광기, 괴상한 차림의 남자의 학살, 시종일관 공포스러운 분위기의 연출 등등이 그렇습니다. 따라서 독자들은 사건 해결에서 오는 짜릿한 쾌감보다 자연스럽게 소설의 공포스럽고 기괴한 분위기에 압도당하는 것입니다.

 

 (2) 다 읽은 후 드는 슬픈 감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들이 공포 소설이 아닌 추리 소설인 이유는 전개되는 사건들이 귀신이나 초자연적인 힘에 의한 것이 아닌 '사람;이 행한 것들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분명 책의 결말은 범인이 밝혀지고 그들이 최후를 맞이하는데, 이상하게 책을 다 덮고 나면 슬프면서도 씁쓸한 감정이 듭니다. 그건 아마 범인들의 동기가 뒤틀려 버린 인간의 본능에 의한 것이고, 비극적인 상황에 놓여서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파국으로 치닫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3) 영상 매체를 뛰어넘는 흡입력

 책을 단순하게 '재미있어서' 손에서 놓지 못한 적이 얼마만인가 싶습니다. 그만큼 '이누가미 일족'과 '팔묘촌'은 오락적인 면에서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현대에 들어서 영상매체가 워낙 뛰어나 졌기 때문에 저 또한 굳이 '책을 왜 읽지?'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책이 영상 매체에 비해 뛰어난 게 뭐지?'라고 생각을 많이 하였는데, '이누가미 일족'과 '팔묘촌'은 독서의 가장 근원적 목적인 '재미'면에서 너무나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뒤의 내용이 궁금해서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한 적은 정말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4) 책의 난이도

쉽습니다. 쉬워서 좋습니다. 일본 소설이나 추리 소설은 이름이 너무 어렵고 등장인물도 너무 많아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많았는데, 이 책들은 인물들 간의 관계 묘사도 간결하고, 또 독자들이 어려움을 느낄까 관계도까지 그려 넣어주는 친절함이 있어서 읽기 수월했습니다. 게다가 저는 배경 묘사를 잘 이해하지 못해서 잘 이해가지 않는 부분은 계속 읽는 증상이 있는데(반지의 제왕 읽다가 생긴 병) 그런 부분을 죄다 스킵해도 재미이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고, 몰입할 수 있는 책입니다. 굳이 교훈이나 메시지, 척할 등을 생가할 필요 없이 온전히 극에 흡입될 수 있는 소설이라 읽는 것이 너무 즐거웠습니다.

 


결론 및 읽기를 추천하는 사람

 오랜만에 영상 매체를 보는 것보다 즐거운 독서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이 책을 읽어보시길 추천드리는 분들은

 ① 공포, 기괴스러운 분위기를 좋아하시는 분

 ② 너무 어려운 책, 공부에 지치신 분들

 ③ 도저히 독서에 재미를 못 붙이시겠는 분들

입니다. 오히려 추리소설 마니아 분들은 추리 자체가 싱겁게 끝날 수 있어 재미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도 억지로 책을 읽어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역시 독서 습관을 만들려면 독서 자체가 재미있어야 한다, 세상에 재미있는 책은 많고, 그걸 읽으면 된다 라는 생각을 하게 해 준 소설입니다.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리며,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