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도서, 책, 영화 등 감상기

브레이킹 배드(Breaking Bad) 리뷰 : 왜 하필 비교 상대방이...

1

얼마 전에 최고의 미드로 꼽히는 브레이킹 배드를 정주행 했습니다. 이 브레이킹 배드에 쏟아지는 찬사는 말 그대로 어메이징 한데요. 간략하게 몇 가지 꼽자면, 총 16개의 에미상을 수상하였고, 메타크리틱 점수로는 9.2점이라는 놀라운 점수를 기록하게 됩니다. 특히 역대 최고의 드라마로는 소프라노스, 더 와이어와 함께 3대장으로 꼽히는 걸작 드라마로 유명합니다.

저 또한 매우 재미있게 봤습니다. 고등학교 화학교사가 가족의 생계를 위해 마약을 만든다 라는 자극적인 소재로 괴물의 탄생과 몰락을 그려냈으며, 시청자들로 하여금 그 괴물에 대한 혐오감이 들게 만들 정도로 뛰어나게 인간의 심리를 묘사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몇가지 아쉬움이 있는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특히 소프라노스와 더 와이어와 항상 나란히 오르는 작품인 만큼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요.

책으로 치면 반지의 제왕급, 영화로 치면 대부급 성취를 이뤄낸 소프라노스는 차치하더라도, 같은 마약 범죄라는 소재를 다루는 더 와이어와는 자꾸만 비교하게 돼서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이 눈에 띄었습니다(개인적으로는 더 와이어 시즌2는 역대 모든 드라마의 단기 시즌으로 비교하면 가장 높은 완성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제가 브레이킹 배드를 보면서 들었던 아쉬웠던 점과 한편으로는 너무 좋았던 점들을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1. 브레이킹 배드의 아쉬웠던 점

(1) 아쉬운점 첫째 :월터 화이트라는 캐릭터 설정의 미숙함


네... 논란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는데, 저는 솔직히 말해서 이 월터 화이트라는 캐릭터 설정이 너무나 이랬다 저랬다 한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게 작품 감상에 방해가 될 정도였습니다.

캐릭터에 입체성을 부여하고자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에피소드에서는 가족만을 생각하는 따뜻한 가장이었다가 어떤 에피소드에서는 갑자기 매드 사이언티스트가 돼버리고, 설정이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이 보기에 거북할 정도였습니다.

이 부분은 시즌이 거듭될 수록 괴물이 되어버리는 월터 화이트의 모습이나 어렴풋이 나오는 과거 '그레이 매터스' 얘기들을 통해 이 부분은 어느 정도 해소가 되지만, 이렇게 엉성하게 캐릭터 설정을 하고 "걔는 천성이 원래 그런 놈이야', '과거가 있어서 그래' 라고 얼버무리는 것은 너무 책임감 없는 연출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한 가장 보기 거북했던 것은 월터 화이트가 제시 핑크맨을 대하는 태도인데요, 어느 때는 아들처럼 생각하다가 갑자기 또 제갈량이 빙의되어서 계략을 통해 이용해먹지를 않나... 따뜻한 브로맨스물을 만들고 싶은 건지, 차가운 범죄자들의 관계를 그리고 싶은 건지... 결국 시즌 5를 보면 후자 쪽을 그리고 싶었던 것 같지만...

넌 내게 아들같지만, 내 체스판의 장기말일 뿐이란다

따라서 시즌 3에서 월터 화이트가 진통제를 먹고 아들 대신 제시의 이름을 부르는 연출은 가히 최악의 연출이었던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제시 핑크맨이 거스 스프링의 부하들을 죽이러갈 때 월터 화이트가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구해주는 연출도요...

(2) 아쉬운 점 둘째 : 조직 범죄 드라마로서의 디테일 부족

사실 이 부분은 작품 전체를 감상할 때 크게 문제 되는 부분은 아니고, 그냥 막장드라마다 라는 점을 전제로 깔고 가면 쿨하게 무시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같은 마약 범죄물인 더 와이어와 항상 같은 선상에 놓이고 범죄 영화, 드라마를 많이 봐온 저에게는 그래도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거스 프링은 거물 조직 범죄 집단의 수장이지만, 카르텔 전체 지배구조로 보면 지부장급 정도 될 텐데, 지부장이 돈이라고 불리는 두목과 다른 간부들을 숙청해버린다? 그리고 숙청하고도 아무런 뒤탈이 없다?


소프라노스에서는 카포(지부장)은 감히 보스에게 대들 수도 없고, 만약 그런 하극상이 발생한다면 관련되어 있는 다른 지역 마피아 전체에게 그 카포는 이미 이 세상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되었고, 더 와이어에서는 볼티모어를 주무르는 갱단 두목들도 마약을 공급해주는 국제 마피아들을 만날 수조차 없었는데....

또한 아무리 카르텔이라지만 공권력이 망한 멕시코도 아니고 공권력이 가장 강한 미국의 DEA를 사람들 다보는 대낮에 암살하려고 한다? 그 카르텔은 미국 군대에 쓸려 버릴 각오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 와이어에서 이런 점이 잘 드러나죠. 잠복 중인 경찰을 실수로 총으로 쏴버려서 엄청나게 놀라는 이런 모습이나..(드라마에서는 그 사건 이후 해당 갱단은 B.D.P에 의해 쓸리게 되죠)

전설의 짤...

거의 군대급 중무장을 한 갱단이 경찰이 쳐들어오자, 갱단 보스가 "경찰은 안돼, 경찰을 쏘면 안돼" 라고 만류하는 모습을 보면 말이죠.

이러한 디테일의 부족이 드라마를 보는 내내 조금씩 보여서 아쉬웠습니다.

2. 브레이킹 배드의 탁월한 점

(1) 탁월한 점 첫 번째 : 메인 캐릭터보다 뛰어난 주변 인물에 대한 심리묘사

제가 브레이킹 배드를 보면서 가장 좋아했던 캐릭터는 바로 이 사람입니다.

네, 스카일러 화이트, 괴물 월터 화이트의 부인이죠.

이런 말이 있습니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당신이 그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본다면, 심연 또한 당신을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 by 프리드리히 니체


이 말을 캐릭터로 만들고 연기로 승화시키면 그게 스카일러 화이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괴물이 되어버린 남편 월터 화이트를 너무 오랫동안 들여다 보아 본인도 괴물화 되어가고, 종국에는 이제는 본인도 감당할 수 없는 괴물이 되어버린 월터에게 속박된 인간일 뿐인 자의 무력감, 그 와중에도 자신의 아이들만은 지키려고 하는 발버둥 등을 정말 치밀한 캐릭터 설정과 완벽한 연기로 승화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이 드라마에서 가장 좋아하는 명대사도 이 분이 남기셨습니다.

"이게 사실이면 어떻게 비밀로 했어요? 왜요? 왜 막지 않았냐고요!"

"그 질문은 나 자신에게 평생 하게 될 거야..." (월터 화이트 주니어에게 아버지의 범죄를 고백하며)

결국 인간은 그런 존재라는 것을 알게 해 준 명대사였습니다. 왜 자신이 그 일을 행했는지 설명할 수 없지만 그런 일을 저지르고 마는....

지금 찾아보니 브레이킹 배드를 본 사람들이 하나같이 스카일러 화이트를 극혐 하더군요 ㅎㅎ 그만큼 이 캐릭터를 잘 만들고 연기를 잘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이고요.

스카일러 화이트 말고도, 행크라는 캐릭터도 사회적, 외면적으로는 항상 자신감이 넘치고 마초적인 남성이지만, 내면에는 강력 범죄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고 숨기고 있다는 점도 굉장히 좋았습니다.

또한 철부지 사고뭉치였던 서브 남주인 제시 핑크맨이 내면적으로 성장하는 과정도 너무 좋았습니다. 사실 이 드라마는 주인공인 월터 화이트보다 다른 주변 인물들에 대한 캐릭터 완성도가 더 높은 것 같습니다. 이 점이 상당한 볼거리입니다.

(2) 탁월한 점 둘째 : 시즌이 거듭될수록 높아지는 완성도


이 드라마의 강점은 시즌이 거듭될수록 완성도가 높아져 결국 시즌 5에는 폭발시킨다는 점입니다. 많은 인기 미국드라마들이 시즌이 거듭될 수록 스토리가 산으로 가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 시즌에 걸쳐서 완벽에 가까운 완성도를 가진 소프라노스와 더 와이어가 걸작이라는 말을 듣는 것이겠죠(근데 더 와이어의 경우에는 시즌 1,2 보다 3,4,5는 확실히 좀 떨어지는 느낌이...)

앞서 말씀드린 브레이킹 배드의 아쉬운 점 두 가지도 사실 시즌이 거듭될수록 많이 해소되는 편입니다.(그래도 월터와 제시의 관계에 대한 그러한 연출은 용납할 수 없어!)

시즌이 거듭될 수록 완성도가 떨어지는 드라마가 홍수처럼 나오는 이 시점에서 모처럼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고 볼 수 있는 드라마라는 것 자체도 이 드라마가 탁월하다고 할 수 있는 점입니다.


결론

브레이킹 배드는 정말 잘 만든 드라마이고, 모처럼 끝까지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드라마입니다. 다만 자꾸만 평단에서 소프라노스와 더 와이어와 비교하였기 때문에 오히려 시청자 또한 앞선 두 드라마를 비교하게 되어서 감상에 방해가 됩니다. 하지만 저는 앞으로 어떤 드라마를 보아도 위 두 드라마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ㅠㅠ 소프라노스와 더 와이어 안 본 뇌삽니다!

요약

① 브레이킹 배드 아쉬운 점 1 : 월터 화이트라는 캐릭터의 설정이 아쉽다
② 브레이킹 배드 아쉬운 점 2 : 범죄 드라마로서의 디테일이 아쉽다
③ 브레이킹 배드 탁월한 점 1 : 주인공의 주변 인물들에 대한 심리묘사 및 캐릭터 설정이 엄청난 볼거리다
④ 브레이킹 배드 탁월한 점 2 : 시즌이 거듭될수록 더 재밌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