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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투자

투자는 학문일까? 갬블일까? - 해리 마코위츠와 레이 달리오

 무엇이 학문인가 아닌가를 따질 때 기준이 되는 것은, 그것과 관련된 현상물에 대하여 귀납적으로 보편적인 설명을 할 수 있는 이론을 추론할 수 있느냐 없느냐일 것이다. 과학분야는 말할 것도 없고, 예를 들어, 미학이나 영화도 하나의 학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그것의 대상물들이 숭고미, 절제미 등의 이론으로 설명하고, 분류하고, 객관화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투자는 과연 학문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실 매년 금융, 투자에 대한 논문들은 쏟아져 나오고, 엄연히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경제학과는 다르게 투자가 학문의 영역에 포함된 것은 그 역사가 길지 않은데, 투자를 지금의 위치에 오르게 한 위대한 학자는 바로 해리 마코위츠이다.

 

1. 투자에서 성배는 있다! 마코위츠와 포트폴리오 이론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면, 투자론과 같은 수업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는 투자는 도박이라는 의식이 강했던 시절을 살아온 사람이라, 무슨 이딴 사이비같은 것을 학교에서 가르칠 수 있나 라는 생각을 했고, 뭐라고 가르치는지 들어나 보자는 마음에 수강했던 기억이 난다.

 

해리 마코위츠

 투자라는 학문의 한 학기는 간단히 말해서, 해리 마코위츠로 시작해서 마코위츠로 끝난다. 중간중간 행동재무학이나 모멘텀 투자에 대해서도 배우지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그의 포트폴리오 이론이다.

 그는 주식 시장에 대해서 광범위한 자료를 조사하고 주식의 위험도와 수익은 반비례하지만 2가지 이상의 자산을 결합하여 같은 수익률 안에서도 위험도를 서로 다르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입증해 내었다. 즉, 내가 목표로 하는 수익률을 정하고, 그 안에서 최적 포트폴리오를 짜기만하면, 나는 다른 투자자들이 경기 불황에 -10%의 손실을 낼 때, -5% 혹은 수익까지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마코위츠를 노벨상을 받게 해준 CAPM, 쉽게 말해 같은 수익률(Y축) 안에서 위험이 가장 낮은(X축) 포트폴리오를 찾을 수 있다는 것

 지금에도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마라, 분산 투자해라 라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말하지만, 아직도 그 진짜 의미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마코위츠의 포트폴리오 이론은 그 당연한 격언을 입증하였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7페이지 정도의 짧은 논문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2. 포트폴리오 이론을 대중에게 널리 알려라 - 레이 달리오

레이 달리오

제 아무리 뛰어난 이론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상용화 되지 못한다면 쓸모가 없다. 전기차에 대한 연구는 내연기관보다 그 역사가 훨씬 오래되었지만, 경제성, 복잡성등의 이유로 이제서야 빛을 보고 있지 않은가?

 

 경제, 투자 분야에서도 마찬가지 였다. 포트폴리오 이론은 위대한 투자론적 발견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투자쟁이들에게만 그것도 제한적으로 영감을 주었을 뿐 대중화되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위대한 투자자에 의해 이 이론은 재조명되었는데, 그 투자자가 바로 '레이 달리오'이다.

 

 그는 자신의 저서 '원칙'에서 그의 대표 펀드인 올웨더 포트폴리오가 마코위츠의 이론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했음을 밝히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해리 마코위츠는 수십 년 전에 여러 자산을 기대수익, 위험, 상관관계와 함께 입력하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자산의 '최적 조합'을 결정하는 모델을 만들었다. ...중략... 나는 서로 다른 상관관계를 가진 자산들을 투자 포트폴리오에 추가할 경우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은 얼마나 줄어들고, 안정성은 얼마나 향상되는지를 보여주는 그래프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중략...

 나는 상관관계가 없는 15개에서 20개의 수익 흐름으로 기대수익을 낮추지 않고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이것은 매우 단순했지만, 이 이론이 그래프상에서만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제대로 적용된다면 돌파구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나는 이 그래프를 [투자의 성배]라고 불렀다."

 그의 투자 아이디어는 60%의 상관관계를 가진 1000개의 주식 종목을 보유하는 것보다 5개의 낮은 상관관계를 가지는 자산군을 포함하는 것이 분산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었고, 이를 통해 아주 간단하게 수익을 줄이지 않고 위험도를 확 낮출 수 있다는 것이었다.

 

 레이 달리오의 펀드는 일부만 공개되고 있기 때문에 정확히 그가 어디에 얼만큼 투자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일반 개인 투자자들에게 올시즌즈라는 포트폴리오를 추천했고, 그 포트폴리오의 성과는 눈여겨 볼만 했다. 그가 추천하는 올시즌즈 포트폴리오의 투자 비율은 아래와 같다.

자산군 비율
미국주식 30
미국장기채권 40
미국중기채권 15
7.5
원자재 7.5

올시즌즈 포트폴리오의 12년간의 성과,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3%수준의 손실만 내었다.


 내가 레이 달리오를 깊게 존경하는 것은 다른 투자의 구루들과는 다르게 일반 개인 투자자들이 어떻게 투자에 접근해야 하는지 매우 구체적으로 알려주었다는 것이다. 

 

 '주식을 사지 말고, 사업을 사라'

 '우량주에 장기투자하라'

 '당신 주변에서 얼마든지 투자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는 말은 우리의 가슴을 울리기는 하지만 막상 행동하자니 뭔소린지 알 수가 없다. 차라리 이런 말보다 

 

'주식, 장기채권, 중기채권, 금, 원자재에 30%, 40%, 15%, 7.5%, 7.5% 씩 투자하십시오'

라는 말이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