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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책, 영화 등 감상기

오펜하이머 감상기 - 최신 영화 추천(스포X)

오펜하이머 감상기 - 영화추천(스포X)

 안녕하세요, 얼마 전에 세간의 화재가 되는 영화 '오펜하이머'를 감상하고 왔습니다. 사실 제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보기 싫었지만, 최근에 볼만한 영화가 정말 너무 없잖아요? 그래서 보고 왔는데, 결론적으로는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제가 오펜하이머를 보면서 느꼇던 몇개의 감상포인트를 남겨두고, 추천, 비추천도 마지막에 남겨놓았으니 참고하시고 본인이 즐겁게 감상할 수 있을지 판단하셔서 감상여부를 판단해주세요~

 

나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싫다

 제가 원래부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을 싫어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근데 어느 순간 놀란 감독의 영화가 대중성과는 너무 멀어지고 작가주의 영화처럼 느껴졌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덩케르크 이후로는 진짜 보기가 힘들정도로 영화의 대중성이 너무 떨어지는 것 같아서 일부러 좀 멀리하는 감독이 되어버렸죠.

 

 다만 그 이전의 영화들 중에서는 너무 재밌는 영화들이 많아서 좋아하는 영화도 많습니다. 예를 들면 프레스티지나 다크나이트 라이즈 같은 작품들이요(개인적으로 저는 다크나이트보다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더 대중성이 높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최악의 작품은 인터스텔라.... 그냥 영화가 결말이 너무 쌈마이 느낌나서 너무 싫음, 근데 이건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그래비티'라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우주 SF 영화와 비교해서 그럴 수도 있네요.

 

내가 좋아하는 놀란 감독 영화 두편과 싫어하는 영화 한편

그럼 오펜하이머는?

 결론적으로 저는 오펜하이머를 굉장히 재미있게 봤습니다. 최근의 놀란감독의 작품들에서 보이는 작가주의적인 성향은 많이 덜어내고 대신 특유의 CG를 최소화하는 영상미, 메멘토 시절부터 이어져온 연출력은 그대로 남아있어서 저는 너무 재미있게 봤습니다.

 

 오펜하이머 감상포인트 1 : 의도적으로 인물에게 감정이입을 방해하는 연출

극을 이끌어가는 두 인물의 서로 다른 시각을 비교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

 오펜하이머는 크게 3가지의 시간 순서대로 극이 진행이 되는데요, 첫째는 오펜하이머의 현재 시점, 두번째는 오펜하이머와 대립하는 관계였던 스트로스 제독의 청문회 시점, 마지막은 오펜하이머가 맨하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발생하는 과거의 시점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세가지 시점이 뒤죽박죽 섞이고, 등장인물은 너무 많고, 대사도 너무 많아서 극 중의 어느 인물에게도 감정이입을 하기가 힘듭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래도 현재 진행 중인 두개의 시점과 오펜하이머의 과거 시점 간의 어떤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바로바로 스토리가 이어지게 만들어서 조금만 집중하시면 크게 영화 내용을 놓치거나 그럴정도는 아닙니다.

 

 사실 이러한 연출은 놀란감독의 특기이죠, 덩케르크에서도 여러 인물의 시점에서의 전쟁을 뒤죽박죽 섞어 놓아, 일부러 감정이입을 방해하였고, 메멘토에서도 시간을 마구 뒤섞어 놓아서 감상을 방해했죠.

 

 또한 오펜하이머의 극 중에서 대사들(아쉬운 점은 독일에게 이 폭탄을 먼저 떨어뜨리지 않은 것입니다!) 와 명확히 나오지는 않지만, 유추할 수 있는 그의 심리 상태 등을 일부러 배반적으로 놓아, 몰입도를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저는 이렇게 인물에게 감정이입할 수 없게 만드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감독, 연출자가 의도한대로 느끼는게 아니라, 내가 오롯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오펜하이머는 애국자인가? 너무 억울하게 공권력에 희생당한 민주과학자인가? 그냥 순수하게 과학적인 열망으로 핵폭탄 개발을 한걸까? 핵폭탄을 두방이나 맞은 일본은 불쌍한 건가? 아니면 일본 정부는 핵폭탄 맞을 짓을 했지만, 국민들만 불쌍한 건가? 오펜하이머는 단순히 도덕적으로 내면갈등을 했다는 것만으로 고결하다고 할 수 있나? 등등 많은 것들을 서로의 시각에서 정당성을 부여하면서 모호하게 연출하여 극의 몰입을 방해하되 오히려 그것이 작품 그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 탁월한 연출력이 오펜하이머의 첫번째 감상 포인트입니다.

 

오펜하이머 감상포인트 2 : SF가 아니야 시대극이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들 중에 일부는 진짜 무슨 소린지를 이해하지 못할정도로 진입장벽이 높은 작품들이 많습니다. 인셉션이 그랬고, 인터스텔라도 그렇고, 테넷도 그렇습니다. 이게 이 감독이 '나 이만큼 안다~ 아이디어도 이렇게 뛰어나다~ 대단하지?' 라고 말하는건가 싶을정도여서 짜증이 났습니다. 이정도도 이해 못하냐 라고 저의 지적능력을 탓하신다면 저는 할말이 없지만, 어쨋든 저는 그렇게 느꼇습니다. 심지어 이러한 영화 외적인 것들에 대해서 해설을 찾아봐야지만 이해가 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오펜하이머 또한 과학적인 부분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솔직히 과학에 대해 하나도 몰라도 감상에 전혀 무리가 없을 정도로 SF라기 보다는 시대극, 정치극에 가까웠습니다. 

 

 전작들에서 킥이 뭐 어쩌고, 블랙홀이 뭐 사실 이런건데 어쩌고 하는 것은 보기 힘들정도의 장벽이 되었는데, 오펜하이머는 그런 부분들은 최대한 배제하고 시대극, 정치극에 맞게 만들어 관객을 배려한 것으로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저는 심지어 문과충이라 그런가 핵폭탄 터지고 난 이후에서의 법정싸움이 오히려 더 재밌었습니다 ㅋㅋㅋ 

 

오펜하이머 감상포인트 3 : 그래서 망할 폭탄은 언제 터지는데?

 오펜하이머는 굉장히 정적이고 건조한 영화인 것은 맞지만, 그래도 마치 작은 강물 세개가 큰 바다에서 모이는 것처럼 극의 어느 순간에 세 가지 시점이 하나로 모이면서 긴장감이 엄청나게 고조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첫번째 핵폭탄 폭발실험을 할 때입니다. 

 

 사실 이 장면 하나만 기대하고 영화의 상영시간인 3시간을 기다리는 건 좀 너무 힘듭니다... 하지만, 분명히 가치가 있는 장면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최근에 범람하는 눈이 아픈 CG들에 너무 지쳐있었거든요.

 

 영화 반지의 제왕은 인류가 남긴 위대한 문화유산이지만, 영화 호빗은 그렇지 못한 이유, 40년전 영화 괴물(The thing, 1982)이 이상하게 최근에 나온 공포영화들보다 훨씬 기괴하면서 무서운 이유, 전부는 아니지만, 저는 이것이 CG와 특수분장의 차이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지의 제왕과 호빗에서의 오크 차이... 그냥 딱 봐도 전자가 훨씬 생동감 넘친다

 오펜하이머에서도 굳이 핵폭발장면을 CG로 찍지 않고, 가솔린 등으로 직접 폭발 시켰다는 그 장면은 정말 감탄할만한 장면입니다. 지금처럼 대부분의 영화를 CG범벅으로 만드는 시대에서도 굳이 CG 사용을 잘 안하려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장인정신은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첫 핵폭발 실험의 고조되는 긴장감을 폭발과 함께 관객의 감정도 폭발시키는 연출은 탁월하다고 엄지를 치켜세우게 합니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해요

 ① 시대극, 법정드라마, 전기를 좋아하시는 분

 ② 과학에 원래 관심이 많으신 분

 ③ 그 동안 저처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에게 실망하신 분들

 ④ 영화는 보고 싶은데 과학 지식이 없어서 이해 못할까봐 두려워하시는 분(과학 지식 하나도 안필요함)

 

이런 사람에게 비추천해요

 ① 마이클베이식(진주만) 액션물을 기대하시는 분

 ② 일본이 핵폭탄 맞는 장면 보고 싶으신 분들(그런 장면 안나옴)

 ③ 억울하게 공권력에 의해 탄압당하는 민주투사의 한을 그려낸 영화를 보고 싶으신 분(변호인)

 ④ 선정적인 장면이 있으니 가족과 관람시 주의(이건 너무 유명해서 ㅎㅎ)

 


 오늘은 최신 화제작 '오펜하이머' 리뷰를 해보았습니다 ^^ 재미있고, 잘만든 영화이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꼭! 극장에서 관람해보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