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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책, 영화 등 감상기

(서평)탈세의 세계사 : 어려운 세금 얘기를 쉽게 풀어 쓴 재미있는 교양서적

(서평)탈세의 세계사 : 어려운 세금 얘기를 쉽게 풀어 쓴 재미있는 교양서적

저는 세무사입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아무래도 이런 저런 세금 이야기에 관심이 많아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세금 이야기는 너무 어렵기도 해서 너무 딱딱한 전공, 실무서적보다는 세금과 관련된 인문교양 서적을 읽으면서 교양도 쌓고 머리도 식히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도서관을 찾은 저의 레이더에 딱 걸린 책은 바로 '탈세의 세계사'였습니다. 

 

 오늘은 세무사로서가 아닌 한명의 독자로 이 책을 서평해보고자 합니다. 

1. 세금과 역사의 만남 - 듣기만 해도 머리아픈 세금을 옛날 이야기처럼 쉽게

 이 책은 고대 이집트부터 현대의 미국 빅테크 기업에 이르기까지의 기간동안 있었던 역사적인 사건들을 '조세'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독자로 하여금 새로운 시각을 갖도록 해줍니다. 예를 들면 대항해의 시대를 연 것은 다름아닌 오스만 제국의 높은 관세였다라던가, 거대한 몽골제국이 멸망한 것은 소금전매 때문이라는 측면을 제시한다던가 하면서 거대한 역사의 흐름에서 세금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해줍니다. 이러한 굵직한 사건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친숙한 마피아 보스 알 카포네의 탈세 이야기, 비틀즈가 부담해야했던 소득세 등등 대중적으로도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차 있어서 어려운 세금 얘기를 머리 아프게 계산할 필요도 없이 책이 쉽게 읽힙니다.

 

 이러한 점 때문에 평소에 조세에 관심을 갖고 싶었지만, 세금 이야기라고 하면 너무 어렵게만 느껴지시는 분들에게 정말 좋은 책 같습니다. 또한 경제사에 관심있으신 분들도 재미있게 읽으실만한 책입니다. 경제와 세금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니까요.

 

2. 간접세에 치우친 이야기가 조금 아쉽다.

 한국의 조세수입은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가 거의 대부분입니다. 당연히 세무사인 저는 위 세 세목에 가장 관심이 많고, 세금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에도 위 세개의 세목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 책의 내용은 대부분 관세, 소비세와 같은 간접세 이야기입니다. 아무래도 간접세가 우리에게 좀 더 친숙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진짜로 우리에게 중요하고 어려운 것, 그리고 제가 좀 더 관심있는 부분은 직접세인 소득세와 법인세 부분이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았다는 것이 조금 아쉬운 점입니다. 

 

 또한 부가가치세는 역사가 가장 짧은 세목이기도 한데, 한번 쯤 다뤄줬으면 좋았을 것같다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해당 서적에서 소득세의 역사는 짧게 다루지만, 법인, 부가가치세의 기원은 다루지 않은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저도 세무사이지만 법인세의 기원에 대해서는 잘 모르거든요...

 

 물론 만약 소득, 법인, 부가세의 난해한 내용을 대중 교양서에서 다루는 것은 무리가 있고, 만약 다룬다면 솔직히 아무도 안읽을 것 같아서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3. 이 책에서 알게되어 흥미로운 점

 (1) 소득세의 등장 : 생각보다 소득세의 역사는 짧다, 영국의 청교도 혁명 이후로 탄생한 현대적 의미의 소득세

 항상 세무사 공부를 하다보면 너무 복잡해서 어떤 미친 싸이코패스새끼가 이딴 소득세, 법인세 만들었냐라는 생각이 절로 들곤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이 현대적인 소득, 법인세 모델이 언제쯤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궁금했는데, 이 책을 읽고 어느정도 궁금증이 해결되었습니다.

 

 현대적 의미의 소득세는 영국의 1640년대 청교도 혁명을 일으키면서 탄생하였다고 합니다. 그 이전까지는 국가가 특정인에게 징수할 수 있는 권한을 판매하고, 그 징세 청부인이 마음대로 조세를 징수했다면, 영국의 청교도 혁명 이후 비로소 중앙 정부가 전문 공무원을 양성하고 수리 통계적 모델로 국민의 소득을 계산하여 소득세를 징수하였다는 것입니다. 

 

 소득세의 계산 모델이 엄청나게 복잡해서 사실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 짧을 줄은 생각하지 못한 부분입니다. 한편으로는 더 복잡한 법인세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을까 궁금증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2) 원천징수는 독일의 나치가 만들었다.

 조세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도대체 이 원천징수라는 천재적인 발상은 누가했을까 라는 생각을 항상 하곤 했습니다. 국가입장에서는 납세 협력비용이 현저하게 감소하고, 납세자 입장에서는 납세한 줄도 모르게 되어 조세 저항도 없게 만드는 천재적인 발상이니 말입니다. 

 

 이 책을 읽고 이 원천징수 제도는 독일의 나치가 만들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포퓰리즘을 표방하는 독일 나치는 대중들이 좋아할만한 조세제도를 만들고자 하였고, 그에 따라 노동자에게 세부담을 줄여주기 위하여 원천징수 제도를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현대에 와서는 원천징수가 꼭 노동자에게 유리한 것인가 라는 것은 논쟁의 대상이지만, 어쨋든 원천징수가 이렇게 탄생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오늘은 세금에 대한 대중 교양서인 '탈세의 세계사'에 대하여 서평을 남겨보았습니다. 아래와 같으신 분들은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① 세금에 관심은 많은데 너무 어려워서 책 읽기가 두려우신 분

② 경제사에 관심이 많으신 분

③ 역사를 좋아하면서 역사적 사건들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고 싶으신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