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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추천)그렇게 아버지가 된다(そして父になる) - 부모가 되는 것의 위대한 간접체험

(넷플릭스 영화추천)그렇게 아버지가 된다(そして父になる) - 부모가 되는 것의 위대한 간접체험

 얼마 전에 저는 고레에다 히로카츠 감독의 영화 '걸어도 걸어도'의 리뷰를 남긴 적이 있습니다. 오늘은 같은 감독의 또 다른 유명한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리뷰를 남겨볼까 합니다. 이 영화도 이동진 영화 평론가님이 별 네개(★★★★)를 준 엄청난 영화이기도 합니다. 내용이 너무 충격적이라 사실을 기반으로 한 영화라는게 믿어지지 않기도 합니다.

 

https://sacramony.tistory.com/71

 

넷플릭스 잔잔한 일본 가족영화 추천 : 걸어도 걸어도(歩いても 歩いても, 2008년 )

넷플릭스 잔잔한 일본 가족영화 추천 : 걸어도 걸어도(歩いても 歩いても, 2008년 ) 오늘은 얼마 전에 제가 정말 재미있게 본 일본 영화인 '걸어도 걸어도'에 대해서 리뷰해보고자 합니다. 한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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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사회적으로 성공한 회사원인 노노미야 료타에게는 따뜻하고 상냥한 아내와 6살의 아들(케이타)를 가족으로 두고 있습니다. 이성적이고 냉철한 자신과 닮지 않은 아들이 때로는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지만, 착하고 예의바른 아들과 아내를 진심으로 사랑하며 이상적인 가정을 꾸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병원으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됩니다. 바로 6년동안 애지중지 키워왔던 아들, 케이타가 사실 생물학적 자녀가 아니라, 다른 아이와 뒤바뀌었다는 것. 이 소식을 듣고 료타는 본인을 닮지 않은 아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역시나 그랬군'이라고 하며 내심 안도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후 본인의 생물학적 아들을 키우고 있는 사이키 유다이의 가족과 진짜 아들인 류세이를 만나게 되고, 그러면서 료타는 이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하는지 큰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료타의 가족과 사이키의 가족사진, 아기들이 너무 귀엽다

낳은 정이냐 키운 정이냐의 진부함을 풀어나가는 방법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큰 내용은 주인공인 료타가 낳은 정이냐 키운 정이냐를 고민하는 과정과 선택을 내리는 내용입니다. 본인의 가정사, 애초에 아이를 바꿔치기 했던 간호사, 사이키 가족들을 만나면서 그 고민의 결단을 내리는 내용이죠.

 

 낳은 정이냐, 키운 정이냐를 고민하는 내용은 어찌보면 상당히 진부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성경에 나오는 모세의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현대의 엄청나게 많은 미디어의 단골소재이기도 하죠. 비록 이 영화가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이기는 하지만, 자칫하면 너무 진부해서 식상하게 느껴질 수 도 있는 소재인데 어째서 유독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라는 영화는 그렇게 큰 울림이 있는 것일까요?

 

감정의 여백에서 오히려 진한 감동이 온다

이 영화에 대한 재미있는 리뷰를 본 적이 있습니다. 접속무비월드에서 제작한 영화 소개였는데요. 그 내용은 

"영화가 앞장서서 통곡의 나일강에 몸 던져 눈물 쏟는 것이 대세, 어찌된 영문인지 이 영화로 인한 침수피해는 보고되지 않고 있다."

 

 이 영화는 가족영화이면서, 그 소재는 낳은 정과 기른 정 사이의 갈등을 다룹니다. 애초에 눈물 양동이를 관객앞에 대령해놓고 울라고 뒷통수를 후려갈기게 만들어도 되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그런 영화는 엄청나게 많죠. 이제는 지겹습니다. 아마 극장에서 제가 그런 영화를 봤다면 중간에 그냥 나왔을 겁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로 유명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답게 대부분의 감정을 여백으로 남겨두었습니다. 처음으로 아이가 뒤바뀌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에도 료타는 감정을 폭발시키는 일 없이, 조용히 차에서 '역시나 그랬군'이라며 넘어갈 뿐이고, 케이타에게 본인이 얼마나 소중한 아들이었는지 깨닫는 장면에서도 꺼이꺼이하는 것 없이 조용히 눈물을 훔칠 뿐이었습니다.

 

 이런 감정의 수많은 여백의 공간이 큰 울림을 만들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가 가진 너무 과한 에너지에 휩쓸리지 않고, 여백의 공간에 관객의 감정을 채워넣으면서 더 큰 감동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 부모가 된다는 것의 위대한 간접체험

 이 영화는 아버지로서 하나의 미성숙한 인격체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 본인 주변을 돌아보면서 좀 더 성숙한 아버지가 되어가는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하게 어떻게 기른 정을 버리냐 라는 도덕심에 호소하지도 않고, 생물학적 아들과의 극적 만남을 통해 눈물콧물 줄줄 나게 만드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하나의 미성숙한 아버지가 진짜 아버지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료타는 사회적으로는 성공했을지언정, 자녀와 가정에는 소홀한 아버지였고, 처음 자녀가 바뀌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자연스럽게 생물학적 아들이 본인을 닮아갈 것이라고 생각하여 아이를 다시 바꿔 키우기 시작했습니다(미성숙한 아버지로서의 선택) 하지만, 6년이라는 세월은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생물학적 자녀인 류세이를 키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면서 본인의 가정(재혼가정), 아이를 바꿔치기한 간호사의 가정(재혼가정)을 돌이켜보면서 점차 성숙해져 가고, 종국에 가서는 처음으로 케이타에게 '보고싶다' 라는 감정표현을 하게 됩니다(성숙해져간다)

 

 이 과정을 카메라는 어떠한 개입도 없이 담담히 담을 뿐이었고, 이 과정에서 동시에 자녀가 없는 저 또한 미성숙한 아버지에서 점차 성숙해져가는 것을 간접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영화가 남긴 여백 사이에서 말입니다.

 

내가 뽑은 명장면, 명대사 1 - 료타가 어머니와 전화 통화하는 장면

 극 중에서 료타는 류세이를 데려와 키우는데 어려움을 느끼게 되는데, 이 때 새엄마였던 본인의 어머니가 생각나 전화 통화를 하게 된다.

료타 : 료타에요, 있잖아요, 사과드리려고요, 
새어머니 : 심각한 얘기라면 듣고 싶지 않아. 
료타 : 옛날에...
새어머니 : 옛날 일이라면 됐어, 다 잊어버렸어. 너하곤 좀더 시시한 얘기가 하고 싶어. 누가 가발을 썼다던가, 성형을 했다던가 하는거 말이야. 
료타 : 그렇군요.

 생물학적으로 본인의 아들이 아닌 자신을 오랜 기간동안 진짜 자식처럼 생각해온 새어머니의 모습에 료타의 마음에도 변화가 생기게 된다.

 

내가 뽑은 명장면, 명대사 2 - 료타가 케이타의 카메라를 보고 눈물을 삼키는 장면

케이타가 남긴 사진들을 보고 케이타가 자신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깨닫는 료타

내가 뽑은 명장면, 명대사 3 - 케이타를 다시 데려오는 장면

 케이타가 남긴 사진들을 보고 료타는 결국 케이타를 데려오기로 결심합니다. 이 때 케이타는 자신이 버림받았다고 생각하여, 료타를 피해서 도망가게 되지만, 결국 처음으로 료타는 케이타에게 '보고싶었다' 라는 말을 하며 케이타와 화해하게 됩니다. 처음에 피아노를 잘칠 생각이 없다면 안하는 것만 못하다고 케이타를 타박하던 미성숙한 아버지에서 많이 변하게 되죠.

료타 : 케이타 미안해, 아빠, 케이타가 보고 싶어서 약속도 깨고 보러왔어.
케이타 : 아빠는 아빠가 아니야.
료타 : 그렇지... 그래도 6년간, 6년간은 아빠였어. 제대로 해주진 못했어도, 아빠였어.네가 준 장미, 잃어버려서 미안해. 카메라, 아빠 사진도 많이 찍어줬지. 아빠도 피아노 치다가 그만뒀어. 이젠 미션같은건 끝났어. 

오늘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대표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리뷰를 해보았습니다. 너무 감동적이고 재미있는 영화여서 꼭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지금 넷플릭스에서 보실 수 있어요! 이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